필리버스터 뜻, 국회법 무제한 토론 중단법 뭐지?

필리버스터 정치적 무제한 토론의 모든 것

뉴스를 보다 보면 '필리버스터'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고, 때로는 극적인 반전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이 정치 용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리고 국회에서 벌어지는 무제한 토론을 중단시키는 방법은 또 무엇일까요? 오늘은 필리버스터의 뜻부터 국회법상 운영 방식, 그리고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종합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필리버스터란 무엇인가요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주로 의회에서 소수파 의원들이 다수파의 법안 통과를 저지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무제한 토론'을 신청하여 발언 시간을 길게 끌고, 회의가 끝없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스페인어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본래 '해적' 또는 '불법 침입자'를 의미했는데, 의회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마치 해적이 배를 습격하듯 회의를 장악하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하여 붙여졌습니다.

필리버스터의 핵심은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고함을 지르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법이 보장하는 토론의 자유를 최대한 활용하여 법안 처리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이죠. 이를 통해 소수 정당은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에게 알리고, 다수 정당에게는 법안 통과를 위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어 협상을 유도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국회 무제한 토론 왜 중요한가요

필리버스터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소수 의견 보호: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의회 민주주의에서 소수 정당이나 소수 의견은 자칫 묵살되기 쉽습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파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합법적 수단으로, 다수파의 독주를 견제하고 다양한 의견이 논의될 수 있는 장을 만듭니다.

• 신중한 법안 심사: 무제한 토론을 통해 법안의 문제점이나 예상되는 부작용이 더 깊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충분한 토론 없이 법안이 속전속결로 통과되는 것을 막아, 보다 신중하고 완성도 높은 법안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 국민적 관심 환기: 필리버스터는 종종 언론과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이를 통해 특정 법안이나 정치적 쟁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정치적 협상 유도: 필리버스터는 다수 정당에게 법안 통과의 시한을 맞추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이로 인해 다수 정당은 소수 정당과의 협상에 나설 유인을 얻게 되고, 이는 종종 법안 내용 수정이나 다른 정치적 타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진행 방식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국회법 제106조의2에 따라 '의사 진행 방해를 위한 발언'을 금지했으나, 이 조항이 오히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돕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필리버스터가 명문화되었습니다.

무제한 토론 신청 요건

•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동의서 제출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 무제한 토론은 안건 상정 후 바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무제한 토론 진행 절차

• 한 번 발언을 시작한 의원은 시간제한 없이 원하는 만큼 발언할 수 있습니다.

• 발언을 마친 의원은 다시 무제한 토론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즉, 한 안건에 대해 한 의원은 한 번만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 의원이 발언을 마치면 다음 의원이 이어서 발언합니다.
• 의원들이 모두 발언을 마치거나, 더 이상 발언할 의원이 없으면 무제한 토론은 자동으로 종료됩니다.
•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도 자동으로 종료됩니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 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어 표결에 부쳐집니다.

이러한 규정 덕분에 실제 필리버스터는 밤샘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의원들이 교대로 발언하면서 길게는 며칠 밤낮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제한 토론 중단 방법이란

필리버스터가 무제한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 또는 '클로처(Cloture)'라고 불리는 중단법입니다. 우리 국회법에서는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무제한 토론 중단 방법의 요건

• 무제한 토론이 시작된 후 24시간이 경과해야 합니다.

•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동의서 제출로 종결 동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 이 종결 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되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무제한 토론이 종결됩니다.

만약 종결 동의안이 가결되면,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은 즉시 종료되고, 지체 없이 표결에 부쳐집니다. 이처럼 무제한 토론 중단 방법은 필리버스터가 정치적 교착 상태를 장기화하는 것을 막고, 의회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흔한 오해들

필리버스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몇 가지 사실들이 있습니다.

• 필리버스터는 항상 나쁜 것인가요: 필리버스터는 종종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로 비판받지만, 민주주의의 원칙인 소수 의견 존중과 다수 횡포 견제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어떤 맥락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아무 법안에나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나요: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산안이나 긴급한 국가 안보 관련 법안 등은 필리버스터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국회법상 예산안, 예산 부수 법안, 그리고 국회법에 명시된 긴급 안건 등은 무제한 토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 필리버스터는 그저 시간 낭비인가요: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불필요하게 시간을 끄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의 문제점을 상세히 지적하고, 자신들의 논리를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로 삼기도 합니다. 때로는 장시간 토론이 법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 한 번 시작하면 절대로 멈출 수 없나요: 앞서 설명했듯이,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으로 필리버스터도 종료됩니다.

필리버스터의 다양한 모습

필리버스터는 단순히 긴 발언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목적과 효과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방어형 필리버스터: 다수당이 특정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할 때, 소수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법안 통과를 최대한 지연시켜 여론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다수당의 정치적 부담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 공격형 필리버스터: 드물지만, 소수당이 자신들의 특정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다수당의 다른 법안 처리를 막으면서 협상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 국민 알림형 필리버스터: 특정 법안의 중요성이나 문제점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여론을 움직여 법안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으로 활용됩니다. 의원들이 발언 도중 법안 관련 자료를 읽거나, 역사적 사실을 인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이처럼 필리버스터는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니라, 복잡한 정치적 계산과 전략이 담긴 행위입니다.

우리나라 필리버스터 사례와 영향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는 여러 차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와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필리버스터를 들 수 있습니다.

•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 야당은 테러방지법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했고, 9일간 총 192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습니다. 38명의 의원이 참여하여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필리버스터는 국민적 관심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냈고, 법안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2020년 공수처 설치법 필리버스터: 여야는 공수처 설치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고, 야당은 공수처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습니다. 이 역시 법안의 내용과 정치적 의미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필리버스터가 단순히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는 것을 넘어,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고 국민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민들이 필리버스터를 이해하는 방법

복잡해 보이는 필리버스터를 시민의 입장에서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드립니다.

• 관련 법안의 내용 파악하기: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핵심적인 이유가 되는 법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법안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안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세요.

• 필리버스터 주체와 반대 주체의 논리 비교하기: 필리버스터를 하는 측은 왜 이 법안에 반대하는지, 그리고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측은 왜 찬성하는지 양측의 주장을 균형 있게 살펴보세요.
•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보기: 언론은 필리버스터를 보도할 때 특정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언론사의 보도를 참고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 의원들의 발언 내용에 집중하기: 의원들이 무제한 토론에서 어떤 논리를 펴고, 어떤 자료를 제시하는지 주의 깊게 들어보면 법안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중요한 정보나 관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 의회의 상황과 맥락 이해하기: 필리버스터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상황, 여야 관계, 그리고 다른 법안들과의 연계 속에서 발생합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맥락을 이해하면 필리버스터의 의미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들

필리버스터는 어떤 안건에 적용되지 않나요

국회법상 예산안, 예산 부수 법안, 그리고 국회법에 명시된 긴급 안건 등은 무제한 토론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이는 국가 운영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필리버스터로 인해 지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필리버스터 도중 국회의원이 쓰러지면 어떻게 되나요

실제로 필리버스터 도중 의원들이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의원은 발언을 중단하고 다음 의원에게 순서를 넘길 수 있습니다.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발언을 중단한다고 해서 필리버스터 자체가 끝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의원이 이어서 토론을 진행합니다.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법안은 어떻게 되나요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해당 안건은 지체 없이 표결에 부쳐집니다. 만약 회기 종료로 필리버스터가 끝났다면, 다음 회기 때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되어 표결됩니다. 즉, 필리버스터는 법안 통과를 '취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필리버스터 말고 다른 의사진행 방해 방법은 없나요

필리버스터 외에도 의사진행 방해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 진행 발언을 반복하거나, 회의장 점거, 의장석 점거 등 물리적 방해 행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들은 국회법상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필리버스터처럼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필리버스터 민주주의의 양날의 검

필리버스터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작동 원리인 다수결과 소수 의견 존중 사이의 균형을 보여주는 제도입니다. 한편으로는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소수 의견을 보호하는 민주적 장치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 진행을 지연시켜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대결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이처럼 필리버스터는 우리 민주주의의 복잡한 모습을 반영하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필리버스터가 등장했을 때, 단순히 '시간 낭비'나 '싸움'으로만 치부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담긴 정치적 의미와 법안의 중요성을 함께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